이계학계론은 문피아에서 얼마전에 편당결제로 전환된 글이다. 무림백서로 나름대로 유명한 ‘클리세를 비꼬는 작가’ 파르나르의 신작이다. 처음에는 클리세를 깨트리는 작가라고 하려고 했으나, 클리세를 깬 외모가 나쁜 주인공, 예쁜 여친이 없는 주인공, 특별한 능력이 없는 주인공, 작위적이지 않고 현실처럼 무난무난하게 넘어가는 갈등.
"뭐야, 결국 흔한 백수이야기잖아.". 그래서 나도 클리세를 비꼬는 작가로 바꾸게 되었다. 클리세를 깨트린다는 건 그냥 재미없는 현실이야기일 뿐이다
이계학계론도 자세히 보면 예전에 많이 나오던 판/무의 주제와 현실과 다른 밝은 주인공과 용사일행 이런 것들을 현실적인 조소 가득한 시선으로 비꼬는 거지 그 외는 기존의 클리세들을 많이 계승했다.
하지만 클리세를 비꼰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조소적인 시각이 소설 분위기의 대다수라 밝은 내용은 아니다. 게다가 클리세라는 게 대다수가 좋아하는 내용인 만큼 기존 판무 소설에 질리지 않았다면 이계학계론은 그저 호감이 안가는 이야기가 가득한 소설이다. 이계학개론이 재밌으려면 기존의 판/무 소설을 보다가 이후 전개 내용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뻔한 내용이 나오는 걸 싫어하는 독자 정도가 되야할 것이다. 소설에 입문한지 얼마 안돼서 이계학개론을 보면 아마 재미없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하차했다가 판/무소설이 지루해질 정도쯤에 다시 한 번 이계학개론이나 무림백서를 보면 아마 예전과는 느낌이 다를 것이다.
왜 기존의 소설들을 지루해질 정도로 읽어야 재밌게 느껴지냐면 기본적으로 소설 자체가 불친절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클리세들을 비꼬는 지라 예전 판타지나, 지금은 유행과 거리가 먼 무협도 잘 알아야하고 소설의 묘사들도 독자들도 이미 알고 있다는 식의 불친절한 묘사와 전개가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계학개론의 재미가 무의식적으로 그리던 전개에서 벗어나는 그런 뒤통수 때리는 전개로 재미를 느끼는 쪽에 속하는 것이라 저런 내용을 모르면 이계학개론은 재미도 없고 쓸데없이 냉정하고 호감도 안 가는 주인공이 있는 소설일 뿐이다. 물론 노블 출신 작가답게 19금은 아니지만 소설을 므흣하게 써서 그런 부분의 재미가 있긴 하다.
저런 재미를 빼고 소재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면 소재도 원피스처럼 과대포장 하는 것 같은 개연성이 좀 떨어지는 소재다. 루피의 고무고무 열매도 전류 내성이라고 하지만 아무리 고무라도 번개 맞으면 열에 의해 그냥 녹아내리고, 기어 능력들도 그럴싸하지만 실제 과학하고는 좀 먼 내용들이다.
그나마 루피 같은 능력은 고무에서 그런 발상을 이끌어냈다는 작가의 대한 감탄이 많아서 재밌지만 이계학개론의 주인공 능력은 웬만한 물리학도가 아닌 이상 다루기도 힘들고 여러매체에서 많이 다뤄진 개연성 파괴 소재 ‘시간’이다. 그래서 소설의 재미를 위해서 작가가 시간이라는 능력에 제약을 가했다지만 그럴싸한 논리를 다시 추가해서 그런 제약도 피해간다. 덕분에 주인공이 위기에 처하면 금방 새로운 설정들을 덧붙여서 위기를 빠져나간다.
이런 사기적인 언벨러스를 작가가 그나마 다른 능력들도 어느 정도 사기성을 보여줘서 그 느낌이 덜하기는 한데 조연들의 설정의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아무래도 주인공 설정보다는 떨어지는 편이다. 이런 건 원피스도 피해갈 수 없는 소재의 딜레마다. 물론 이런 소재들이 개연성은 좀 떨어져도 설정 놀음하기에는 재밌는 소재다. 그래서 재미는 있지만 개연성을 중시하면 이계학개론은 좀 애매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읽어보니 비평 가득한 내용 같은데 나는 재미가 있냐? 없냐? 단순하게 물어보면 아무래도 내가 오래된 독자라 재미는 있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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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독자들이 많은 파르나르 작가의 이계학개론이 232화로 완결이 났다. 처음 유료 연재를 시작했을 때, 1200정도의 유료 독자를 가지고 시작했는데, 결말에서 800명의 유료 독자를 유지했다. 의외로 완결까지 연독률은 좋은 편이다.
게다가 평균으로 치면 거의 1200이라서 처음과 끝이 동일했다고 말해도 딱히 상관은 없는 것 같다. 파르나르 세계관이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가인 만큼 골수 독자들이 끝가지 따라간다는 느낌이다.
일단 이계학개론을 완결까지 읽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30~40화 까지도 재밌게 보고 있다면 끝까지 재밌게 볼 것 같다. 거기까지 보고도 재밌다면 취향에 맞는 글이라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만, 신들과의 대결에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작가 마음대로의 느낌이 갈수록 심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9위의 산소 특화 능력을 가진 능력자가 물리계열 최고라는 부분도 잘 납득이 안되기도 했다. 범위가 우주급인데 기껏해야 산소 터트린다고 해봤자.. 라는 느낌이랄까. 근데, 이런 것을 많이 신경 쓰는 독자였다면 진작에 무료분에서 하차하지 않았을까 생각도 든다.
파르나르 작가의 글은 원래 세계관이나 작가가 풀어내는 글 전체적인 반전과 이 작가만의 특유의 전개와 노블 작가의 글쓰기 방식이 마음에 들어서 보는 작가다. 무력에 관한 설정은 원래 큰 고려 요소는 아니었다.
이계학개론은 역시 '파르나르' 세계관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 진행도 지루해질 때쯤이면 떡밥 투척해놓은 걸들을 회수해서 계속 글을 이끌어갔다. 암튼, 이런 독특한 방식으로 글쓰는 작가들도 별로 없어서 독특한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다음작도 일단 무료분까지는 무조건 따라갈 것 같다. 대중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쯤 되면 믿고 보는 작가 중에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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